“한국 단색화 - 백남준 붐 허상 아냐… 해외 갤러리들의 관심 뜨거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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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엠플러스 시각문화박물관 정도련 수석큐레이터

정도련 엠플러스 시각문화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대단위 문화시설을 마련할 때 겪는 진통은 한국 사회만의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정도련 엠플러스 시각문화박물관 수석큐레이터는 “대단위 문화시설을 마련할 때 겪는 진통은 한국 사회만의 현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콩=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한국 ‘단색화’의 붐은 거품 없는 실체일까. 10주기를 한 해 앞둔 백남준에 대한 세계 미술시장의 재평가 움직임이 혹시 한국 사람들만 가진 바람은 아닐까. 지난주 폐막한 아트 바젤 홍콩에서 만난 정도련 엠플러스 시각문화박물관 수석큐레이터(42)는 단호히 “단색화와 백남준 붐은 허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엠플러스에 2년 전 합류한 정 씨는 2009년 최초의 한국 출신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아트페어 기간 내내 한국 갤러리 부스의 분위기가 틀림없이 눈에 띄게 활발했다. ‘블럼&포’를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 갤러리도 적잖은 한국 작가를 소개했다. 방문객의 호응이 뜨겁게 이어져 작가들도 상당히 고무됐다고 들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건가.

“물론이다. 갤러리가 아트 바젤 같은 톱클래스 국제 아트페어에 부스를 차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대놓고 얘기하자면 수지 타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갤러리가 그 무대에 단색화 작품을 가져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글로벌 인지도와 시장이 확실하게 형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경매사 소더비가 별도 기획전을 마련했으니 의혹을 가질 까닭이 없다.”

―백남준에 대한 재조명 분위기는 어떤가.

“글로벌 시장에서 작가의 사망이나 출생 몇 주년을 헤아리는 경우는 별로 없다. 백남준은 한국 출신이지만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비주얼 아티스트다. 세계 미술사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작가라는 공감대의 흐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보는 것이 옳다.”

―엠플러스는 백남준 컬렉션을 어떻게 만들고 있나.

“컬렉션 하이라이트 첫머리에 소개하는 주요 작가 중 한 명이다. 백남준은 멀티미디어 설치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엠플러스는 초기 작품을 조심스럽게 선별하고 있다. 대학 졸업 직후인 1959년 그린 ‘루트’ 수묵 걸개그림이 대표적인 예다. 모니터를 여러 개 쓰기 전 만든, 희소성을 가진 초기작 중심으로 유럽 개인 수집가들을 수소문하고 있다. 아시아에 자리한 글로벌 시각 문화 뮤지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작업이다.”

―콘텐츠를 먼저 확정해 ‘안으로부터의 건축’을 지향한 엠플러스는 여러모로 한국의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을 돌이키게 한다.

“하드웨어부터 지어 놓고 보는 고질적 문제를 언급하는 이가 많지만, 엠플러스도 홍콩 안에서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최근 몇 해 동안 중국에 우후죽순처럼 수많은 미술관이 세워졌지만 꾸준히 잘 운영된 사례는 드물다. 평균적으로는 한국 미술계가 더 내실 있고 안정적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대규모 문화 시설을 새로 마련할 때는 공동체 모든 구성원의 믿음을 얻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콩=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정도련#홍콩#엠플러스#시각문화박물관#한국 단색화#백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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