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심전환대출 ‘묻지마式 확대’가 불안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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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리(年利) 3.5% 안팎인 은행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약 2.6%의 고정금리 분할상환대출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의 인기가 뜨겁다. 24일 선보인 뒤 어제 오후 6시까지의 승인액이 12조 원을 넘었다. 정부가 설정한 총 20조 원의 재원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아닌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거나 이미 높은 금리로 고정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우리도 혜택을 받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이에 금융당국은 안심전환대출의 한도를 40조 원으로 늘리고, 2금융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로 확대할지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에 떠밀려 정교한 검토 없이 ‘묻지마식(式)’으로 확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안심전환대출은 은행들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넘기는 대신 이보다 금리가 낮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떠안는 구조다. 은행만 해도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데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까닭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지만 자금력이 약한 2금융권 회사들의 상황은 다르다. 2금융권 대출이 은행 담보대출보다 부실 가능성이 높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무작정 확대하다가는 자칫 주택금융공사의 부실을 키우고 나중에 국가 재정에서 채워야 하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은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고정금리로 바꿈으로써 가계부채로 인한 경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과 저금리 추세를 감안하면 현실적인 정책일 수 있지만 경제논리로만 보면 ‘관치 금융’의 성격이 짙다. 금융당국이 금융개혁과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금융기관과 대출자 사이의 사적 거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

“정부가 언젠가 금리를 낮춰주겠지”라는 기대감을 확산시켜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심전환대출 1차 한도인 20조 원이 모두 소진될 때 발생하는 은행권 손실은 최대 1600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판에 한도액을 40조 원으로 확대하면 은행권의 부담을 더 키우고 수익성을 악화시킬 위험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기관별, 상환형태별로 여건이 다른데도 ‘대출자 간 형평성’만 앞세울 일도 아니다. 이번 제도의 혜택에서 제외된 금융 취약계층 채무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대책은 별도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기왕 시행된 안심전환대출의 긍정적 취지는 살리면서도 향후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
#안심전환대출#2.6%#묻지마식#2금융권#관치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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