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까지 60개국 연결… 유라시아 패권 겨냥한 ‘중국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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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육상-해상 실크로드 ‘一帶一路 프로젝트’ 세부계획 발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보아오(博鰲) 포럼에서 아시아 운명 공동체 구상을 발표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를 강조한 직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외교부 상무부는 기다렸다는 듯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일대일로’ 세부 계획을 지도와 도면을 통해 소개하면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에 필리핀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토 갈등 중인 남중국해를 분명히 포함시켰다. 또 기존의 인도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해상 실크로드 노선 외에 남태평양도 포함됐다. 이곳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나타냈다. 21세기 유라시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 굴기(굴起)의 원대한 도전이 마침내 새 막을 올렸다는 평가다.

○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영향권

중국의 일대일로 건설 범위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대륙과 주변 해역까지 아우른다. 육로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대륙으로 가는 노선과 중앙아시아에서 중동을 거쳐 지중해 연안까지 이어지는 크게 두 갈래 길이다. 해로는 중국 연해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라비아 만과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아라비아 만을 거치기 전에 케냐 등 아프리카 동부 해안 일부도 거치면서 아프리카 대륙도 들어간다. 포함되는 국가는 줄잡아 60여 개국에 인구는 44억 명에 이른다.

일대일로는 중국 각 지방에 막대한 건설 수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31개 성시 자치구 중 18곳이 일대일로와 관련되며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와 푸젠(福建) 성은 각각 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의 ‘핵심구’ 역할을 한다. 해상교역로 확충을 위해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광저우(廣州) 등 15개 연안 도시에 항구 시설이 새로 건립된다. 민성(民生)증권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신규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 규모는 1조400억 위안(약 185조 원)에 이른다.

또 관련국에서 막대한 규모의 건설 붐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현재 20여 개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며 사업 규모는 524억7000만 달러(약 58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실크로드 기금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400억 달러의 기금 운용에 들어갔다. 이 자금 운용 등을 통해 실크로드 건설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국의 경제 영토는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5가지 소통 방안

이번에 발표된 행동 계획에는 이 국가들을 어떻게 관계 맺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상이 나와 있다.

중국은 관련국 간의 ‘5가지 소통’ 방법을 제시했다. 각국의 전략과 대책을 충분히 교류하는 ‘정책 소통’, 교통 에너지 통신 등 사회기초 시설을 서로 잇는 ‘인프라 연통(聯通·연결)’, 투자와 무역 장벽 제거 등을 통한 ‘무역 창통(暢通)’, 금융 분야에서는 국가 간 통화스와프 확대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브릭스(BRICS) 개발은행 설립 등 ‘자금 융통’, 그리고 민간의 활발한 상호 교류 등 ‘민심 상통’ 등이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외국 정부와 기업 및 금융기구의 중국 내 위안화 채권 발행을 권장하고 자국 금융기구와 기업들도 국외에서 위안화 또는 외국 통화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확대키로 했다. 중국은 문화 학술 인재 미디어 등 분야를 아우르는 전면적인 교류를 확대하며 매년 1만 명 상당의 정부 장학금을 외국인에게 제공할 방침이다.

일대일로는 2049년까지 30년 넘게 이어지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중국은 28일 발표문을 통해 “세계의 다극화, 경제의 글로벌화, 문화의 다양화, 사회의 정보화 등의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더 큰 범위, 더 높은 수준, 더 깊은 단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런 구상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국가는 거의 없다. 신흥국의 경우 이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는 순간 자연스럽게 중국이 주도하는 이슈에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추진했던 ‘마셜 플랜’(유럽부흥계획)에 비교되기도 한다. 마셜 플랜이 서유럽에 대한 경제 군사적 원조를 통해 소련의 팽창을 막았던 것처럼 일대일로에는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속내가 담겼다는 것이다.

:: 일대일로(一帶一路) ::

영어로는 ‘One belt, One road’. 중앙 및 서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로(一帶)와 인도양에서 유럽, 남중국해에서 남태평양까지 가는 바닷길(一路)을 합친 개념. 바닷길은 한정돼 있는 반면 육지가 커버하는 지역은 더 광범위해서 바다의 ‘road’에 비해 육지에 ‘belt’라는 더 넓은 개념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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