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참변 부른 未신고 호화판 캠핑시설, 곳곳에 널려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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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인천 강화군 동막해수욕장 인근 야영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텐트 안에서 작은 불꽃이 솟구치더니 3분 만에 텐트 전체를 집어삼켰다. 어린이 3명 등 텐트에서 잠자던 두 가족이 순식간에 참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텐트 내 설치된 전기패널에서 누전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 중이다.

사고가 난 곳은 고품격 캠핑장이라는 ‘글램핑장’이지만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미(未)신고 시설이었다. TV 냉장고 전기장판 등 각종 가전제품까지 갖췄어도 텐트 재질은 가연성 천막이라 불에 취약했고, 캠프장 내 소화기 5개 중 3개는 작동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11월 10명의 대학생 사상자를 낸 전남 담양군 펜션 화재 사고도 펜션에 딸린 무허가 바비큐장에서 일어났다. 11월 21일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는 그해 말까지 민박과 펜션형 숙박시설의 소방시설 실태를 일제 조사해 소방점검 기준을 개선하고, 민박과 펜션 업주에게는 화재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소방서장 명의의 서한문을 발송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런 사고가 일어났다니 참담하다.

캠핑 붐을 타고 국내 캠핑장이 2000곳 넘게 늘어났지만 등록업체는 230곳에 불과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 1월부터 해당 시군구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시행령을 개정했으나 기존 업체는 5월까지 등록하도록 유예하는 바람에 이번 사고 야영장도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유료 시설은 신고 등록을 해야 하는데도 사고 업체의 무단 영업을 방치한 강화군과 소방당국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

캠핑이 새로운 레저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호화 글램핑장이 곳곳에 생겨났어도 대부분 겉만 화려할 뿐 안전에 구멍이 뚫려 있는 상태다. 캠핑장은 사실상 숙박시설로 이용되는데도 문체부가 관할하는 ‘체험시설’이라는 이유로 현행 소방법의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 정부의 관광 서비스업 육성 정책이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안전처까지 설치하고도 크게 달라진 게 없는 한국 사회의 안전 시스템 부재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캠핑#동막해수욕장#야영장#화재#글램핑장#미(未)신고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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